하니 facts
나 있잖아~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
‘보물섬’이라는 희대의(?) 잡지가 있었다. 지금처럼 만화 잡지가 많지 않던 시절, 부모님 몰래 들춰보곤 했던 꽤 푸짐한 두께의 만화 월간지였다. 그 안에서도 연재만화 <달려라 하니>의 인기는 단연 최고였다. 엄마 없는 가난한 여중생이 육상선수로 세계무대에 서기까지의 고난과 역경을 그린 이 만화는 배꼽 빠지게 웃기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뭉클함을 전해주던 명작 중의 명작이었다. 이 여세를 몰아 1988년 제작된 13부작짜리 TV용 애니메이션 <달려라 하니> 또한 시청자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80년대를 대표하는 국민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그리하여 지금까지 20년 가까운 세월동안 꾸준한 인기를 누려온 <달려라 하니>가 이번엔 무대 위에 오른다는 소식이다. 벌써부터 귓가에선 애니메이션의 익숙한 주제곡이 울려 퍼지는 듯하다. ‘나 있잖아~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늘 땅 만큼~♬’.
추억의 만화 <달려라 하니>가 뮤지컬로 돌아왔다. 서울시 뮤지컬단이 ‘하이 서울 페스티벌’의 일환으로 서울 시민들을 위해 마련한 무대다. 뮤지컬 <달려라 하니>는 달리기를 통해 꿈을 이뤄가는 14살 소녀 ‘하니’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밝고 따뜻한 가족 뮤지컬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주인공 하니 역으로는 최근 뮤지컬 <천사의 발톱>에서 ‘희진’ 역으로 열연했던 이찬미가 캐스팅 됐다.
<달려라 하니>가 매력적인 세 가지 이유
하나, 배고픈 서민들의 생활상을 반영 중학생인 하니는 홀로 옥탑 방에 살면서 새벽마다 신문배달을 하는 한편, 그녀의 육상부 동료인 양길이는 계란 장사로 생계를 꾸려나간다. 하니의 아빠 또한 중동에서 일하고 있기에 하니 곁을 지키지 못한다. 가난한 프롤레타리아가 돈 많은 부르주아 계급에 맞서 승리한다는 줄거리도 인상적. <달려라 하니>는 이처럼 우리나라가 후진국에서 개도국으로 발돋움하던 80년대의 시대상을 보여주며 관객들의 향수를 자극한다.
둘, 한국적 정서인 한(恨)을 담아낸 캐릭터 일찍 엄마를 여읜 하니는 오기와 자존심으로 똘똘 뭉친 아이다. 툭하면 도끼눈을 뜨고 남학생들을 때리질 않나, 창수가 집에서 애써 훔쳐온 과일을 ‘내가 거지냐?’며 눈앞에서 집어던지질 않나...... 그러나 알고 보면 하니는 그저 돌아가신 엄마를 향한 그리움에 사무친 작고 여린 소녀일 뿐이다. 가슴 속에 응어리진 한(恨)을 달리기로 폭발시키며 북받치는 슬픔을 달래는 하니.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좋아할만한 캐릭터다.
셋, 보편적인 가족애를 바탕으로 한 성장드라마 독불장군 같던 하니는 홍두깨 선생과 주변 친구들의 격려에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하고, 엄마와 작별해야 한다는 사실도 차차 받아들이게 된다. 또한 유지애의 끈질긴 정성과 사랑에 종국에는 그녀를 새엄마로 인정하기도 한다. 언뜻 스포츠드라마 같은 <달려라 하니>는 이렇듯 사실은 보편적인 가족애를 바탕으로 한 성장드라마에 가깝다.
기억하세요? <달려라 하니>의 주요 캐릭터들
하니 - 달리기에 천부적인 재능을 지녔다. 요즘 유행하고 있는 ‘스키니 진’의 원조.
나애리 - 하니의 영원한 맞수. 80년대 판 ‘안톤 오노’라고 할 수 있다. 야비한 웃음소리가 특징.
홍두깨 - 하니를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는 육상부 코치. 파란 추리닝과 고무신이 그의 트레이드마크다.
고은애 - 두꺼운 입술과 구수한 말투가 특징. 홍두깨의 눈에 들기 위해 급작스런 다이어트를 시도하여 잠시 ‘완소녀’로 변신하기도 한다.
김창수 - 외동아들임에도 불구, 하니에게 눈이 뒤집혀 부모님의 노후를 걱정케 하는 인물.
유지애 - 하니의 새엄마이자 잘 나가는 유명배우. 하니와 비슷한 성장배경을 갖고 있다.
김준태 - 나예리의 코치. 학창시절 홍두깨에게 고의로 타격을 입혀 은퇴시킨 비겁한 인물.
Behind Story - 하니를 둘러싼 11가지 진실들
하니의 성은 하씨다? Yes. ‘물 하(河)’에 ‘진흙 니(泥)’. 강과 진흙이라는 의미로 악바리인 그녀의 이미지를 잘 보여준다. ‘나만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뉘앙스를 풍기는 ‘나애리’는 원작자의 조카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이기적인 그녀의 성격을 드러낸다. 하니의 모델은 임춘애다? No. 하니의 생일은 1980년, 임춘애가 아시안게임 육상3관왕에 오른 것은 1986년이다. 하지만 ‘라면만 먹고 뛰었다’던 그녀가 하니와 상당부분 비슷한 느낌을 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원작자 이진주는 여자다? No. 이름 때문에 여자로 오해받는 일이 많다는 <달려라 하니>의 원작자 이진주. 남자가 이토록 예쁜 그림체의 만화를 그렸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원래 주인공은 하니가 아닌 나애리였다? Yes. <달려라 하니>는 본래 남자 청소년용 순정만화로 기획되었었다고 한다. 그렇기에 주인공도 16세의 고교 1년생인 나애리로 그려질 예정이었던 것. 하지만 타깃 층이 바뀌면서 주인공도 자연스럽게 지금의 하니로 바뀌었다. 하니의 원래 이름은 ‘포니’였다? Yes. 가볍고 경쾌하게 달리는 이미지를 주기 위해 지어진 이름인 ‘포니(pony:조랑말)’는 당시 판매되고 있던 승용차 ‘포니’를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심의에 걸려 지금의 ‘하니’가 되었다. 홍두깨의 ‘슬리퍼’ 또한 비교육적이라는 이유로 ‘고무신’으로 바뀌어야 했다는 뒷이야기가 전해진다. <달려라 하니>의 주제곡을 부른 사람은 가수 이선희다? Yes or No. 이선희 버전과 정여진 버전 두 가지가 있다. 정여진은 ‘여자 김국환’이라 불릴 정도로 만화 주제가를 많이 부른 여가수이기도. <달려라 하니>의 주제곡은 3절까지다? Yes. 3절 가사는 다음과 같다. ‘난 있잖아/내 별명 악바리가 맘에 들어/그래야 이기지/모두모두 제치고 달릴 거야/엄마 품으로’. <천방지축 하니>는 <달려라 하니>와 같은 작품이다? No. <천방지축 하니>는 하니가 체조선수로 성공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홍두깨가 하니의 양아버지로 등장한다는 것이 재미있다. <달려라 하니>의 원작은 따로 있다? Yes. <달려라 하니>의 원작은 만화 <하니>다. 이것이 후에 <달려라 하니>, <천방지축 하니>, <날아라 하니> 등의 하니 연작시리즈를 만들어내는 모태가 되었다. 애니메이션에서 홍두깨 역을 맡았던 성우는 두 명이다? No. 진지하게 말하다가도 어느 순간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코믹한 모습을 보여주었던 홍두깨 역의 주인공은 故장정진 성우 한명이다. 그는 모 방송국 추석특집 프로그램 녹화 도중, 소품용 떡이 목에 걸리는 불의의 사고로 작년 10월 타계하여 안타까움을 주기도 했다. 애니메이션에서 나애리와 내레이션 성우는 동일인물이다? Yes. 얄미운 나애리의 목소리와 부드러운 내레이션의 목소리는 성우 최수민 한사람의 것이다. 그녀는 탤런트 차태현의 어머니이기도 하다.
editor_강보라